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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뢰는 싸리눈 쌓이듯 천천히... '증인'
    Review/미디어 2019. 2. 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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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요. 나가기 힘든 사람과 소통하고 싶으면 당신이 거기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스포일러 없어요)


    영화 '증인'은 자폐 증상을 가진 소녀 지우가 어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 급기야는 증인으로서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트리며 주변인과 마주치며 '사람'과 소통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 드라마 입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 특히 편견에 사로잡혀 좁은 시야로 모든걸 바라보는 위험성을 조심스레, 부드럽게 알려주는 태도가 온화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더랬습니다. 이런 쪽 영화가 종종 다소 강압적이거나 강한 어조와 분위기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뭔가를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주곤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가 않아 한결 편안했습니다.


    영화는 정말 작은 규모의, 그러니까 저예산에 스케일도 작고 큰 사건이나 액션도 없는.. 얼핏 볼땐 최면 영화나 억지감동 혹은 신파 덕지덕지일 것 같은데 정말 담백하고 드라마의 감정선도, 흐름도 심리 묘사도 정말 공감가고 현명하게 넘기는.. 웰메이드 드라마예요.



    비록 스케일과 무대는 작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내면 묘사는 정말 거대해요, 저는 순호역의 정우성보다 지우역의 김향기와 상대 검사 희중 역을 맡았던 이규형과 엄마 역의 장영남씨 연기가 좀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신 스틸러는 친구 신혜역을 맡아 열연한 김승윤이였어요! +_+ 또 깜놀했던 인물이라면 아버지로 나오셨던 박근형 배우분이셨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 스크린에서 자주 뵈었음 좋겠네요 ㅎㅎㅎ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이해 안된다고 따돌리며 상대가 맞춰주길 바라는 우리네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며 그들이 비정상인게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면이 있을 뿐이고 보통 우리네와 다를것 없는.. 그저 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여러 각도로 그리고 있어요, 저는 제일 마지막에서 지우와 순호의 짧았던 일대일 대화가 인상에 남았어요, 결국 나와 다르다는게 반대쪽이 비정상은 아니라는 거... 그 속에 자기를 가둬놓고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남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태도... 혹 나는 지금 그런 태도로 살고 있진 않은지 한번 되새겨 보게 되었어요.


    이한 감독은 감성이 풍부한 영화를 담아내는 걸로 평가가 좋은 걸로 아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부류의 영화라고 보시면 기대에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자폐 증상과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고심하고.. 행여 상처주진 않을까 배려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전 더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마치 한겨울 산장에서 뜨거운 코코아 한 잔 타서 마시는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극 초반 민변출신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변호사 같았던 지우가 자폐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아갈때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 '당신이 들어가면 되지 않겠냐'는 그 말이 저는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더랬습니다 - 비단 자폐인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알아갈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먼저 선입견 없이 다가가고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대한다면 마음의 벽도 그만큼 없을 것이고 더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서스름 없이 대하기 어렵고 무섭게 변한 현대 문명이 정말 바람직한 모습인지... 한편으론 내가 차별한게 사실은 장애인, 자폐인, 정상인 구분없이 단지 '내 편의/잣대에 의해서' 였던건 아닐까란 생각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달까요?


    나와 다른 사람과 진솔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려는 노력을 정말 해봤는지 그게 절 부끄럽게 만들었어요. 사실 이 부분은 극중 지우가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랄까요, 한편으론 지우 변호사가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스케일이 작은 영화임에도 다가오는 감정은 정말 커다란 영화, '증인'이었습니다. 과연 나는 남을 위해 진정한 모습으로 증인이 되어줄 수 있을지 다시 생각케 하는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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