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페라투, 100년 전 무성 영화에 소리를 더하다Review/미디어 2025. 1. 14. 05:50반응형
(스포일러 없어요)
1922년 동명작품의 미국(미국,체코)의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22년이라니 까마득한 ㅎㅎ 옛날 무성영화 시절 작품인데 무성영화 특성상 배우들의 표정 연기, 당시 새롭게 다가왔다던 음영의 창의적 연출 등이 화제였던 영화였다고 해요.
'노스페라투, Nosferatu' 라는 단어는 고대 로마니아어에서 기인했는데 뱀파이어를 뜻한다고 하죠, 그런데 다른쪽에선 또 그리스 단어 nosophoros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참고로 이 단어는 '병을 옮기는 자'라는 의미이기도 해요).
어쨌든 이 독일 공포영화는 최초의 흡혈귀 영화인 셈인데 비공식적으로 첫번째 드라큘라의 영상화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하지만 본격적인 흡혈귀 주제의 드라큘라하고는 다르게 (단어가 암시하듯) 흡혈귀보다는 전염병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소설이 1897년작이라 아무래도 영향이 없진 않았겠지만 중세시대 흑사병의 두려움이 사실 더 조명받았던 작품 아니었나 저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스페라투는 1979년에도 고딕 흑백 영화로 한차례 리메이크됐었는데(독일 작품) 두 작품 모두 드라큘라에서 영감을 받았고, 큰 틀에서의 흐름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988년에 이탈리아에서 '베니스의 노스페라투'라는 작품으로 (제목만 따르는) 시퀄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5년 개봉하는 본작은 1922년작에 기반한 리메이크 작품으로 원작에 대한 예우와 오마주가 가득 들어있는 작품으로 어떻게 보면 1922년 시도되었던(or 당시 기술력 부족 한계로 못했던) 여러 비주얼 효과를 현대화한 영화로도 다가오는 특별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1830년대를 그리는 시대극으로 과학적 사고와 종교관의 충돌, 질병과 관련 미지에 따른 공포, 그에 따른 사회의 혼란을 잘 묘사하고 있어 흡혈귀 외적인 부분에도 상당히 공들인 작품이었어요. 영화 자체는 무서운 사운드 효과와 더불어 22년작을 잇는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공포감 조성 (더 무서워졌어요;ㅁ; ), 무성영화 태생(?) 답게 음악 없이도 음산한 분위기와 절제된 소리만으로도 공포감을 불러오는 노련함 하며, 시종일관 어둡고 흐린 날씨와 배경 등 공포물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색감, 미장센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습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화면이 총천연색 이라기보다 특정 색을 중심으로한 톤앤매너를 지키며 펼쳐지는데, 이는 원작이 가지는 상황에 따라 달리 비춰지던 조명효과와 같이 이번 작품내에서도 의도를 가지고 기능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카메라 웍이 정말 감탄스러웠는데.. 카메라가 먼저 스텝을 밟고 지나가면 다음으로 인물이 이어 따라가는 구조가 정말 좋았는데, 때론 제가 그 대상이 돼 보는 것 같기도 하고(1인칭), 때론 제3자가 돼 전지적으로 보는 이런 구조를 하고 있어서 다채롭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공포영화답게 무서운 부분도 있고 점프스케어도 조금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 이 작품은 색감 대비가 주된 테마중의 하나여서 (리메이크 대상 원작이 흑백영화임에도 붉은색의 피를 상상하게 만들어 엄청난 대비효과를 주죠) '피'와 '살'을 활용하는 연출이 종종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흡혈' 행위는 거의 묘사되지 않다가 특정 지점을 지나며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작품이 피칠갑은 또 아니여서 세련되게 화면을 장식(?)하는 편이예요, 후반부에선 다른게 이어받아 화면과 작품을 마무리하죠.
한편 과학적 사고가 만물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종교는 모든 것에 구원을 가져다 줄까.. (아니,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흡혈귀 존재라니!) 이에 대한 고심/정신 붕괴, 심리적으로 몰리는 모습 등 여러 인물들을 통해 치열하게 드러나는데 (실제로 1922년의 '노스페라투' 영상화 이후 1931년에 '프랑켄슈타인'이 처음 유성 영화로 제작됩니다, 당시 전쟁통이었지만 급진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금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문물과 그에따른 기존 가치관 충돌도 작품 내에 잘 그려지고 있어 믿고 의지했던 것이 붕괴되었을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상상에 의존해야 했던 천연색과 무서운 소리가 이번 리메이크작에 더해지면서 원작엔 없었던 부분이 메꿔진 것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원작이 가졌던 가치를 존중하면서 없었던 걸 더하며 공포가 시청각적으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다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여기에 더해 상상할 거리가 원작의 단순한 '무서움'에서 '무엇에서 기인한 공포인가' 그리고 그걸 알았을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그냥 1차원적인 단순한 공포영화는 아니였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추천 포인트로 들고 싶네요. :)반응형'Review >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스페라투, 몇번이고 부활하는 고전 명작! (0) 2025.01.16 모소드로잉 오늘의 산책풍경 전시회 (4) 2024.10.31 앵그리 애니, 현실과 제도의 괴리 & 선택 (1)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