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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와 분위기의 담백하고 예쁜 조화, 삼토반
    Review/미디어 2020. 11.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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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연성과 분위기, 연기를 담백하고 예쁘게 버무린 영화!



    (스포일러 없어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제목이 꽤 긴 느낌이죠? 삼진그룹에서 승진하기 위해 토익 점수를 채워야 하는 중에 자사가 벌인 엽기적인 행각을 목격하고 이를 추적해 회사와 싸우게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케일이 갑자기 커지죠 - 단순히 토익 600점을 목표로 열심히 사는 정의감 넘치는 고졸 사원 이자영이 회사의 주주들까지 상대하게 되니까요.



    영화 상 의미있는 캐릭터를 하고파 하는 배우 고아성.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곳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길 바라고 있다"는 이자영(고아성 분)의 말이 꽤나 길게 머릿속에서 메아리 치던 영화였어요. 그럼에도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회사는 냉대하죠, 여성이라 무시하는 것도 있고, 고졸이라고 무시, 회사에서 여자라 사회적 지위가 낮아 받는 불평등함 등, 그럼에도 대리가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고졸사원 1'입니다.



    박혜수 배우가 맡은 심보람은 영화 내 그 반대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천재성 캐릭터입니다,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 출신.. 그러나 회사에선 부정 회계나 맞추는 그냥 '고졸사원 2' 취급 받는 캐릭터예요.



    까칠한 언니 스타일의 정유나(이솜 분)... 확실히 키도 크고 모델이라 맡은 캐릭터도 영화내 스타일이 가장 좋은 캐릭터로 등장해요! 돌직구 멘트, 까칠한 성격, 아는 것 많아 사사건건 태클 거는.. 확실히 당시 여성상으론 센 타입의 여성으로 영화내에서도 상당한 카리스마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회사내에서 무시당하고 아이디어 뺏기고 성격과 다르게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지내야 했던, 회사에선 그냥 '고졸사원 3' 일 뿐인 캐릭터입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고졸사원 n'들이 있죠.. 경제적 시점으로 바라보면 여성 인력이 일단 싸니까, 어떤 일들은 더 저렴하게 잘 처리할 수 있으니까 (커피 타는 일, 청소, 잡심부름 등) 합리적 고용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분명 여기엔 여자가 다루기 쉽다, 어차피 결혼하면 아기 때문에라도 길게 고용할 순 없다, 힘든 일은 못한다는 등의 이유, 생각으로 고용 자체에 페널티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연 세 캐릭터 모두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능력, 잠재력을 강제로 거세당하는 모습이죠, 당시 사회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봐요 - 영화가 다루는 1995년대엔 세계화 물결이니, 고용 혁신이니 하면서 IMF 이후론 본격적으로 계약직도 성행하게 되고 20여년 지난 지금은 남녀 구분할 것 없이 갈등과 불평등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중 삼진그룹에 대한 묘사는 당시 회사들 모습을 철저히 재현한 편이예요 - 여사원들이 모여 커피 타는 모습들하며, 담배 포함, 잔심부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시키던, 아직 PC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일부 사원들에겐 지급되지 않은 점, 그래서 주판 등 도구도 같이 사용하던 시절이죠.


    그저 주는대로 녹을 먹고, 욕 먹어가며 시키는 대로 해야 살아갈 수 있었던 고압의 시절.. 그게 사회라고, 그게 사는 법이라고 강제당했던 시절에 대놓고 차별의 중심에 있던 여자 고졸 사원들의 당돌한 반란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고 그 진실된 용기와 기백은 지금도 뭘 하든 통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면서 그 당찬 모습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어요.



    영화는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철저히 재현하는데 멈추지 않고 여러 소품과 패션, 액세서리 그리고 화장법과 색체등에도 철저하게 신경쓰고 있어요, 옷 입은 모습이나 화장이 정말 그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을 보는 듯한 느낌의 영화였어요. 여기엔 이솜 배우의 스타일링이 영화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레트로 감성을 확실히 담아낸 영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도 벌써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 한 세대 전의 그때를 영화로, 최고 배우분들과 함께 큰 스크린에서 다시 보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야기 진행도 꽤나 빠른 편인데요, 단순히 비주얼과 배우들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치있는 대사로 당당하게 치고 나가며 훅훅 스피디하게 나아갑니다, 거기에 능력이 없는 인물들이 아니다보니 ㅋㅋ 담 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곤 하니 윗 사람들 볼땐 골칫거리로 인식할 법도 하죠 ㅎㅎ 솔직히 큰 갈등구조는 없다고 봐도 되고 개인 VS 거대기업 수준의 전쟁도 들어있어 이게 표면적인 갈등구조로 작용합니다, 사회성 메시지도 담고 있어 저는 좋았어요.



    TV나 드라마에서 자주보던 인물들도 많이 나와 반가웠더랬죠, 그룹 CEO라던지 토익반 담당 강사라던지.. ㅋㅋ 그리고 영화에서 정말 눈길을 끌었던 배우이시자 단편영화도 두어편 연출/제작하시고 가수도 겸업하시고.. ㄷㄷ 심지어 미술가이시기도 해서 다재다능한 분이신데 배역이 정말 찰떡 같았던 것 같아요! ㅋㅋㅋ 심달기 배우도 깜짝 출연하시는데 매력있게 나왔어요!


    그 외에도 정수지, 노수산나, 이주영, 기생충에서 피자집 사장님으로 열연하셨던 정이서, 배해선 배우님 등 여러 익숙한 조.단역이 출연해 의외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한편, 조.주연들이 대부분 여성 위주여서 이에 편향적인 관념이 들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 소위 '개미들의 반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를 사회 분위기에 대입해 당시 취약 계층인 여성에, 거대기업에 대입해 힘 없는 정의로운 일꾼들과 그 가족들에 투영해 양쪽 이슈를 효과적으로 잘 제어하면서 이야기 구조를 펼쳐나갑니다, 제작진의 기획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올해 영화중 몇 안되는 손익분기를 넘길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요 (아직 미확정), 최근 '담보'가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고 41일간 항해 끝에 170만 손익분기 고지를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는데 100만 넘은 3주 차 '삼토반'도 거의 200만 가까이되는 (190만) 손익분기를 꼭 넘어설 수 있길 바랍니당.



    그리 먼 옛날은 아닌, 그러나 돌이켜보면 '아 이런 힘든 때도 있었지..' 할 법한 그때를 예쁘게 조명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거의 비슷한 테마를 공유하는 '국가부도의 날'에 비하면 더 밝고 소설같은 분위기에, 무겁지 않아 결이 완전 다르게 되었어요.



    IMF와 삶의 터전의 구조조정, 계약직의 태동같은 아픔이 함께 공존한 이때를 다시 보고프시면 이 영화, 적극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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