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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미디어

기생충, 데칼코마니 그리고 기생충

 


 


낙천적인 사고방식 그러나 자조섞인 나름 처절한 생존방법.

역겨움과 조소가 뒤섞여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



(스포일러 있어요)


'데칼코마니' (프랑스어로 Décalcomanie) 라는 타이틀로 나올 뻔한 영화 기생충, 왜 하필 데칼코마니를 염두해 두고 있었을까요?


정말 얼얼한 영화..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단 영화에서 묘사하는 우리네의 현실 속 천박한 모습에 자신도 공감하게 돼 더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고상해 보이는 상류층의 모습을 (학식 높은 척하는 모습이나 성적 욕구를 표출하는 씬이나 이를 암시하는 몇몇 장면도 그렇죠) 매우 천박하게 그리고 있어요, 역설적이지만 이 세세한 디테일과 영리하고 스피디한 전개가 사람들의 공감대와 웃음을, 후반으로 가면서는 자조섞인 씁쓸함으로 변해 우리를 급습합니다.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면 살짝 불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영화는 선과 악을 딱히 구분하거나 떼어놓지 않네요, 그러다보니 잘사는 사람들은 무조건 악하다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약자 축에 있는 빈자들이 선하다는 입장도 아니예요.



상황과 주변 환경이 사람 됨됨이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래서 좋은 환경에 있는 것 같은 박사장네가 됨됨이가 좋다고도 말 할 수도 없는 여러모로 복잡한 현대 사회상을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영화는 당연히 그냥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종의 백래시랄까 - 이런 식의 계층 나뉨이, 자기와는 상관이 없을 줄 알았던 빈자들 계층이 어떻게 자신들의 목에 칼을 들이밀게 되는지를 경고하듯 그려내고 있어요.


초반의 코미디가 블랙코미디가 되고 스릴러가 돼 온갖 감정을 일으키는 이 영화... 데칼코마니는 미술에서 한쪽면에 그림/무늬를 그리고 다른 반쪽을 접어 두 면을 겹쳐 하나의 대칭무늬를 만드는 기법을 말하죠 - 전사, 복사 등의 의미를 가지는데요... 저는 영화에서 가지지 못한자가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가진자를 복제하려는 행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전사 방법은 사실 완벽하진 않아서 실제 결과물이 나와봐야 어떤 모습일지 확실해 지죠, 게다가 대칭 정도도 다르구요 - 아무리 가진자를 복제한다 한들 불완전한 모습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기택네 가족들은 전부 하나같이 비극적인 결말을 가지게 됩니다 - 아버지는 더 아래있던 하층민의 불완전 대칭 복제에, 아들은 계획이 있어도 그 꿈을 절대 이룰 수 없고, 재능 넘쳤던 딸은 저주(?)받아 죽게 되구요.


박사장네 또한 이 역류로 피해를 입죠 - 아버지가 저주(?)받아 죽게되고, 아들은 다시 트라우마가 재발하고, 딸은 다시 실연하게 되고, 연교는 이제 남편 없이 고고하고 윤택했던 삶을 위한 비용을 스스로 충당해야 하구요 (뭐 그녀가 새 삶에 얼마나 적응하게 될지는 사실 안봐도 비디오가 아닐까요?).


을과 을의 싸움 중 어쩌다(?) 휘말려 버린 갑도 사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일그러진 데칼일 수 있어요 - 부가 부를 낳지만 정말 이게 옳은 방향일지.. 노동 없이 타인의 노동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돈만 주면 남이 다 해주니 그들의 서빙 없이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귀족계층. 계속 부를 쌓고 또 쌓고 더 부자가 되기 위해 남을 비교해 가며 복제해 가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찌보면 이들 또한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회의 기생충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 보이는 면에선 지하실 가족이 정말 박사장네 기생하던 식구들이고 이를 의도치 않게 몰아내 새로운 기생식구들이 된 기택 가족들이 기생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들의 도움 없인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이들도 그럴 수 있지않나 생각이 들고 그러니 더더욱 이젠 모두가 공생, 상생이라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도 담겨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