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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넘지 말아야 할 선과 넘을 수 있는 선, 그 경계는?Review/미디어 2019. 6. 7. 01:45반응형
(스포일러 있어요, 영화를 안보신 분은 나중에 보시길 바래요!)
계급과 투쟁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이 영화내 메세지로 생각해보면 그 투쟁을 이어가는 쪽은 사실 고위 계층이 아닌, 그러니까 부족함 없이 누리고 잘사는 계층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야 할 그 아래 하층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현재 사회에선 중.하층은 사는데 희망도 많이 빼앗긴 상태라 발버둥을 치고는 있으나 의욕도 다운된 상태에, 하는 일도 다 안돼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죠.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 한 가족은 각자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진자의 시선에서) 제대로 된 삶을 구성하지 못하고 불법에 편법에 거짓말에, 좋게 말하면 살기 위해 갖은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처절하게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다른 한 가족은 같은 계층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음알음 필요한 것도 채우고 부족함 없이 잘 살아 갑니다. 아는 것이 적어도, 온갖 허례허식에 가식에 쩌들어 있음에도 한편으론 탐욕이랄까, 욕심이 없어 보이니 순수하고 착한 그룹처럼 묘사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이들의 수족이 되어주는 (버려도 상관없는) 여러 손발이 있습니다.
박사장네는 들어가려면 계단을 계속 올라가야 하지만 기택내 반지하 집은 가기 위해선 계단을 계속 내려가야 합니다. 그들의 집에서 가장 높은 곳은 욕실중에서도 양변기가 있는 곳이며 아이러니 하게도 이곳은 현실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유일한 구역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우리 사회의 일면... 보이지 않지만, 아무도 언급은 안하지만 이 주어진 계급 사회 속 우리 모습을 그리고 있는 걸로 보이죠.
대부분의 기생충은 숙주에게 절대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 그들이 의존해 살아야 하며 먹을 것을 계속 공급해 주니 해를 끼쳐봐야 결국 쫒겨나는 건 자신이니까요, 일부 기생 생물은 아예 숙주의 특정 장기를 제거하고 자신이 그 역할을 해가며 숙주와 공생하기 까지도 합니다.
송강호가 분한 기택네 가족은 (그가 가장이죠) 어찌보면 부자집인 박사장네 (이선균 분) 집에 기생해 들어간 이질적인 생물체라고 할 수 있어요, 구성원들은 가족이지만 박사장네 입장에서 보면 이들 모두는 각자 도생해야 할 개별 기생체에 가깝달까요?
그런데 여기에 한 가족이 더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격하게 돌아갑니다 - 이들은 사실 기택네 가족 보다도 더 전에 들어와 살던 사람들로 사실 기택네 가족보다도 더 아래 계층 (굳이 나눈다면) 사람들입니다 - 이들은 고급 주택 안에서도 지하층 안의 지하... 감춰진 곳, 부자들에겐 치부로 취급되는 금단의 영역에서 몰래 살아갑니다. 사건은 이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며 쫒아내면서 시작되지요...
흥미롭게도 싸움을 건 계층도 하층민이고, 그 싸움의 대상도 하층민입니다, 마치 지금 우리 사회에서 흔히 펼쳐지는 을과 을의 싸움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여기에 건물주.. 갑의 위치인 박사장네는 전혀 개입하지도 않고, 관여되지도 않고, 이들은 마치 딴세상에 사는 것 마냥 저 둘의 충돌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다르게 보면 원래 있던 사람들이 일을 해 주나, 새로 온 사람들이 일을 해 주나 다를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뜬금없이 비가 들이닥칩니다, 시련의 본격적인 시작이죠. 박사장네는 비의 여유, 분위기를 즐기지만... 기택네는 완전 난리가 나죠 - 집에 물이 들어차 순식간에 수재민이 되어 버리고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구요, 그렇게 지키려고 아둥바둥했는데 비는 모든걸 쓸어가 버립니다. 흥미로운건 이들보다 더 아래에 있던 지하실 사람들에겐 이 비도 영향을 전혀 주지 않습니다, 더 잃을 것도 없는 상태랄까요?
더 잃을 것도 없는 지하실 사람은 결국 그 위층과 더 위층에 큰 피해를 주게 되고 자신도 큰 피해를 입게 되지요,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었달까요, 하층 계급의 반란이라고나 할까요. 이 부분은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해 줬습니다 - 결국 같은 사회 구성원이며 이들 중하층에도 신경쓰지 않는다면 상류층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 같은 느낌이랄까요?
흥미로운건 사태 이후 그나마 밑바닥까지 차지는 않았던 무계획 기택의 돌변행위였어요, 큰 사고를 낸 그는 결국 제발로 지하로 지하로 숨어들어 또다른 기생 계층이 되어버렸달까요. 더 내려갈 수 없는 바닥까지 스스로 기어 들어갑니다. 행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이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한번 생각하게끔 해주는 소름돋는 씬이었어요.
계획을 세우나 제대로 못하고 늘 실패를 겪은 장남 기우는 돈을 벌 계획을 세우고 그 아버지를 구할 방책을 생각합니다...만, 이때까지의 흐름을 보면 성공하지 못했을 확률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됩니다,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청년 세대들의 아픔을 그린 것 같아 정말 씁쓸한 장면이였어요. ㅜㅜ
영화는 열린 결말을 그리지만 결코 예상 밖의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엔딩이 아니여서 그 끝은 더욱 씁쓸합니다. 우리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치부를 이렇게 건드린 영화가 또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이 씁쓸함을 느낀 적이 있는 것 같고 '옥자'에서는 희망을 봤는데 '기생충'은 정말 강하고 영화 이상의 감정을 남겨주었습니다.
영화 외적으로는 이 영화, 의외로 상당히 에로한 영화입니다 - 단순히 성애장면이 조금 들어있어서가 아니라, 썸을 암시하는 대목이 많아서 이게 은근 상상을 자극한달까요? 영화가 곱씹어볼수록 생각할 거리가 생기는 영화라 n차 관람때는 또다른 걸 볼 수 있을지도요.
물질에 찌든 사회상을,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계급층을 불편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낸 영화 '기생충'. 편하게 볼 수 없지만 부정할 수도 없어서 보고나면 마치 홀딱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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