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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바꾼 변호인, 양성 평등을 위한 한평생의 노력
    Review/미디어 2019. 6.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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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꼭 남자의 자리를 빼앗으면서까지 하버드 법대에 지원했나? 제대로 된 이유를 설명해 주겠나?"



    (스포일러 없어요)



    'On the Basis of Sex', 굳이 옮기자면 '성별에 근거하여' 정도가 되려나요, 국내 제목은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되었습니다, 직설적이지만 원제의 추상적이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느낌이 없어져서 살짝 아쉬운 타이틀 같달까요?


    자서전이나 다큐멘터리같은 영화는 전혀 아니고 어찌보면 한 명의, 아니 둘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라 전기 영화로 볼 수 있겠어요 -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실화인지 구분하는건 의미가 없을 만큼 그 메시지와 내용 전달은 확실하니 드라마처럼 재미로 봐도, 아니면 당시 시대상을 그린 시대극으로 봐도 괜찮은 느낌입니다.


    사회와 밀접한 소재, 특히 페미니즘에 여성 해방 주의를, 초창기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의 어려움과 그 살벌한 분위기를 당당하고 뚝심있게 묘사하고 있어요.


    혹 오해하실 분들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이 영화는 단순히 여성 우월주의 내지는 여성의 일방적인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게 아닌, 당연한 그리고 당시엔 너무나도 만연했던 여성 차별과 그리고 인종 차별과 같은 다른 단위의 차별도 언급하면서 그만큼 고도화되고 발전하고 바뀌어 가는 사회상을, 그리고 그를 못 쫒아오는 구세대와 낡은 법과 세습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어요.



    시대 배경은 남녀차별이 어디나 당연했던 1950년대이고 미국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무려 시작하는 곳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시작 합니다 - 심지어 여성 학생을 받기 시작한지 딱 6년째 되던 해라고 하네요? (딱 2%만 받았다고 해요 ㄷㄷ) 거기에 신입생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입학하며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영화는 그녀의 어려움을 그리다가 1970년 한 사건을 만나면서 급물살을 탑니다. 이 사건의 중심엔 한 남성이 있습니다 - 홀로 나이든 노모를 돌보던 이 남성은 잘못한게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현행법 상 보육자가 '남성'이면 아무 혜택도, 고용인에 대한 (간병인) 세금 공제도 받을 수 없었는데 그게 문제가돼 기소된 경우였습니다.


    '집안 일은 여자가 하니까 돌보는 것도 당연히 여자가 더 잘하고 여자 몫이고 밖에서 하는 남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아주 단조로운 사상아래 만들어졌던 법을 바뀌고 있는 사회에 적용하다보니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차별받게 된 거죠.



    전반을 사회에 만연했던 부당했던 여성차별을 다루고 후반부에선 이제 그게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런 불합리한 성 구별이 성차별이 된다는 (남성에의 역차별) 주제로 끌어가 흥미를 돋우는데요...



    평소 법제도와 관념이 사실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차별한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고정적인 성역할이 그렇죠) 이런 영화도 나오고 이게 실제 있었던 일이었고 40여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러가지들이 바뀌고 있고,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롭고 또 희망같은게 보였달까요? 급변하는 것들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천천히 바뀌는.. 정말 '날씨에 따라' 바뀌는게 아닌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을때' 바뀌는 그런 점들도 있는 것 같아 큰 주제로 본다면 내용 자체는 좋았어요.


    감독은 영화의 재미 보단 당당함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구세대의 잘못 세습되어 왔던 여러가지들을 합리적으로, 때론 투쟁도 필요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바꾸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진실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점이 감명 깊었습니다 - '성별에 따른' 차별에 대한 대항이 아닌, 양성평등을 논하고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보여 집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미 역사상 두번째 여성 연방 대법관이 된 분이라고 해요 (93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하네요), 상당히 진취적인 성격에 활발한 액티비스트였기도 하구요. 영화는 그랬던 그녀의 모습을 잘 묘사하는 듯 합니다 - 펠리시티 존스가 맡아 열연했는데 아담한 몸집에, 고집도 세고(...) 강렬한 눈빛에 행동파에, 진보적이고 똑똑한 여성의 모습을 시원시원 잘 묘사하고 있어서 그 모습만 보면 말 그대로 알파 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매우 능력있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남편 역 마틴 긴즈버그를 맡은 아미 해머가 재미있고 매력 넘치는데! +_+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몇몇 씬 이야기는 제쳐두고 영화에서 그려진 그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남편상이었달까요? ('호텔 뭄바이'에서도 정말 스윗 남편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도!!네요 ㅎㅎㅎ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때론 아내를 위해 힘을 보태주고 가사일도 많이 하고 아이도 엄마보다 더 케어해 주는 모습이 넘 스윗하게 잘 그려진 것 같아요!


    물론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른 나이에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해서 가사일도, 가정일도, 심지어 공부까지 루스가 다 살펴주는 부분도 있기에 서로 쌤쌤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서로 이해하고 돕고 희생하는 모습이 정말 순수하고 예뻐 보였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주인공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딸 제인 긴즈버그와의 충돌도 조금씩 그리고 있고 아직 반항기인 ㅎㅎ 제인은 정말 엄마보다 더 강경파/행동파 같은 모습이 엿보이는데 세대가 다른 그녀는 달리보면 당당하고 행동력도 있고 의지도 있어서 당당한 여성상과 세대 변화, 시류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자면 큰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라고 평하고 싶어요 - 우선 영화적 재미, 카타르시스, 클라이맥스가 없다시피 해요. 완전 드라마... 시대극 (이라고 해봐야 초반 수 십 분 쯤??) 본다고 생각하는게 마음 편하실 듯 합니다.


    이야기 전개의 산만함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어요 - 메인 레퍼토리 외 여러 분기로 치고 나갈 만한 잔가지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놔두는 느낌이 들어 보다보면 산만하단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 법률 영화예요 - 논란이 될 만한 주제/이야기/소재를 치고 가지 않고 놔두는건 상대쪽 반론을 허용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는데 이걸 어물렁 넘어가려 하고 이걸 마무리 짓지않고 또 끝끝내 마지막 감동쇼로 몰고 가는... 아쉬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요. 영화 시도와 주제,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데 그 전개는 어수룩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아쉬움이 있다곤 해도,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전개이기도 하고 법정다툼 내지는 그 끝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이걸 보신다면 만류하고 싶습니다. 대신 그녀의 일대기와 고행을, 여성 차별 관련 고정관념과 그 위험, 고충을 같이 살펴보고 싶다면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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