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첫 워크맨, TPS-L2)
디지털 세계에 들어서면서 종종 소리가 커지고, 더 맑아지고, 잡음이 없는 소리를 듣게 된 것 같다는 생각 많이들 하시죠? 그런데, 그에 비해 잃은 것도 그만큼 많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물론 이는 CD나 MP3같은 대중화된 디지털 매체를 버리고 그 옛날 LP나 테입 돌리던 시절로 돌아가자! 그걸 주장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 그리고 누군가는 '잃은게 많다'라고 하는게 비단 CD에서 MP3로 압축할때 훼손되고 짤려가는 음원의 손실량에 비해선 별거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MP3는 손실 압축 입니다, 절대 CD에 비해 좋아지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CD나 MP3, 오리지널 음원 자체가 훼손되어 있는 상태라면?" 그건 MP3로 압축하면서 손실된 데이터와는 별개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 글은 그걸 문제로 삼으려는 글 입니다. ^^
::: Loudness War
CD를 사거나 MP3를 들으실때 곡 바뀔 때 마다 볼륨을 다시 올리거나 내리거나 하지 않으시나요? 그런데 그 소리가 해가 갈수록, 새 앨범이 나올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느낌 받아보신 적 없으신가요?
업계에선 이를 loudness war, 또는 loudness race 라고 부릅니다. 이 상황을 아주 쉽게 예를 들면, '내 새 앨범을 들어봤는데, 저 가수가 낸 앨범이 소리가 더 큰 것 같더라... 내것도 그렇게 크게 조절해라' 라는 식의 업계의 경쟁의식이 이렇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매 마스터링 때 마다 더욱 커져만 가는 소리. 그만큼 그 속의 섬세함은 잊혀지는건 아닌지...)
이렇게 된 데엔 몇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위에 예를 든 것 처럼 1차적으론 음반 및 음악 업계의 심화된 경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알게 모르게 이를 조장한 소비자의 성향도 원인이 되고 있다 생각 합니다 :
1) 소리의 섬세함이 아닌, 일반 청취자에겐 직접 다가오는 소리의 크기가 음질이 좋고 나쁨의 기준처럼 다가오는 면이,
2) 그리고 음악 자체가 자극적이며, 인스턴스 성향을 선호하게 되면서 클래식이나 이지리스닝 등에서 보여졌던 연주의 다이나믹함과 미세하고 감성 담긴 연주 보다 직접 다가오는 소리의 임팩트에 더 치중한 결과로,
업계는 앞다투어 마스터링 작업을 할때 기본 소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각각의 음원이 다 다른 소리를 내 주는 이유가 되겠고... LP 시절 듣던 음악의 음량과 CD에서 다시 발매되면서 들려오는 소리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게 되는 이유랄까요..
::: 소리가 크다고 음질이 좋을까?
답은 소리의 본질을 훼손시켜 도리어 열화된 음질을 들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비틀즈의 Something 의 음량을 분석한 그래프로, 1983년의 음악과 그 이후 리마스터링 후 발매된 음악을 분석했을때를 트랙 분석한 결과 입니다.
음량의 증폭이 충격적이지 않으신가요? 83년에 보여준 저 소리의 다양함이 2000년에 와선 거의 모두가 같아져 보일만큼 왜곡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다른 음악들은 다를까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때 보다 더 꽉 찬 트랙 분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83년 저 트랙 분포가 대략 83dB 정도였는데, 현재 CD 발매되는 잡아 넣어보면 98dB는 그냥 우습게 기본을 때려주고, 심지어는 108dB를 찍는 음원들도 널리고 널렸습니다.
'한 앨범의 볼륨은 그 앨범의 음악적 성향을 표현한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 시끄럽건, 조용하건 그게 그 음악가가 의도한 거라는 거지요, 그런데 그렇게 보기에는 음원 자체의 훼손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그걸 그 음악가의 이름을 내 걸고 '내 표현이다' 라고 주장하기엔 어딘가 어패가 있는 것도 사실 입니다.
::: 원음의 소리가 큰 상태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음악이 크면 듣는데엔 지장이 없을진 몰라도 (볼륨을 내리면 되니까요), 그 속에 담기는 주파수?에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 여유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스터링 중에 손실되는 영역이 더더욱 커지게 되니까요. 한번 손실된 영역은 다시 마스터링 하지 않는 이상 복구가 불가능 합니다 -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게 훼손된 부분 중 우리 귀에 들려오는 부분을 clipping 이라고 합니다. 소리가 깨졌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겠죠.
사실 저 훼손된 영역이 실제 귀로 들을 수 있는 영역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성에 영향을 주는건 그런 들려오는 소리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소스가 있으니까 가능한거니까요, 이미 훼손된 음원을 우린 돈 주고 공급 받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셈이죠.
예를 들어 빛에 단순히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있기 때문에 빛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만은 아닌 듯 말입니다 (실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영역은 실제 빛의 0.1%도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빛이 아름답다고 할땐 그 0.1%가 아닌 전체가 예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지요.. 소리라고 다를 바 없겠지요).
훼손 뿐 만 아니라, 저렇게 크게 조절해 버리면 그 속에서의 소리 유동성이 급감하게 되는 문제도 커 집니다 - 음악의 완성도, 내지는 질적 하락이라고 볼 수 있겠죠. CD음악이 LP에 비해 다이나믹하지 못하다는 평을 종종 듣는데, 그렇게 되는 이유가 그 소리의 다이나믹함을 공급하는 저 폭을 줄임으로 발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첨부된 그래프를 예들 들어 봅니다. 극단적으로 작은 부분은 소리의 폭/크기가 아주 작음을 의미 합니다 - 그만큼 집중해서 들어야겠죠? 그 소리가 저렇게 커 질때... 그 다이나믹함, 박력, 소리의 위력은 말로 형용 못할 만큼 감동적일 겁니다. 반면 정식으로 마스터링을 거쳐 나온 CD에서 추출 분석한 아래 그래프 대로라면 그 감동은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 이 느낌 차이는 두 음악을 들어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여기 페이지에서 하단쯤 작은 플래시 파일 플레이 버튼이 있는데, 한번 느껴 보시죠.
소리의 다이나믹함은 사운드 스테이징과 연주자의 자기 표현, 분위기를 크게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 그게 평준화 되어 들려온다면.. 더군다나 소리 자체가 클립핑을 먹고 세상에 나온다면... 그런데 분위기를 보면 음반사들도, 음악가도, 듣는 이들도 이에 대해선 무관심으로 일축하는 분위기 입니다. 업계가 소리를 낮춰 마스터링을 하면 거의 모두가 해결될 문제인데 말이죠..
:::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신기하죠? CD 소리가 작으면 EQ에서 주파수를 증폭해서 소리를 올려주거나, 기기의 볼륨을 올리면 되는데, 어쩌다가 음원의 소리까지 높이게 되는 기현상을 밟게 되었을까요? 설마 그 큰 소리를 내 주는 아이폰 쓰면서 그 볼륨을 맥스로 올려 들으면서 소리가 작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는걸까요? -_-?
음원의 소리가 작으면 기기를 통해 쏴~ 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들려올 수 있습니다 - 소니와 LG(유명한 옵티머스Q 사태)가 이쪽 분야에선 탑을 달리고 있죠; 화이트노이즈가 기기의 특성 내지는 본래 존재하는 스펙상 내용은(LG의 주장처럼) 아닐 겁니다. 지금은 소니는 많이 좋아지고 있지요. 기기의 결함을 감추려고 음원의 소리가 막장을 치닫아 가는 건지, 사람들이 소리가 크게 들리니까 '음질이 좋다'고 착각해서 그 심리를 이용해 소리를 크게 마스터링 하는 건지 몰라도 개인적으론 불만이 많습니다. -_-;;
들어야 하는 우리들은 음원의 크기 만이라도 일괄적으로 조절해서 듣는 방법을 동원하면 좋을 거라 생각 합니다 - 각 기기에서 제공하는 소리 일괄 적용 로직 (볼륨 노멀라이제이션)을 사용하던가, 컴퓨터에서 음원의 크기를 조절해서 사용하는 방법 등, 몇가지가 있지요. ^^
개인적으로는 MP3Gain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별도 포스팅을 참조 하시면 되겠습니다. ^^
그래프 참조 :
http://www.mk-guitar.com/
Loudness War :
http://en.wikipedia.org/wiki/Loudness_w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