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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미디어

참신함을 잃고 텐트폴 전략을 얻다, 반도

 


 



(스포일러 없어요, '부산행' 스포일러 조금 있어요)



전반적으로 영화는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여름 시즌에 추천할 만한 전통적인 액션 영화가 되었어요! +_+ 덕분에 전작인 '부산행'의 소소하면서 독특했던 감성을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법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나마 완성도가 아주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고 코로나19 시국에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규모의? 대형 영화가 아직 없기에 블록버스터로서 존재감과 실제 감상 느낌은 꼭 실망스럽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이 들어요.


영화 '부산행'이 한창 진행 중에 (어느 지점부터) 이어지는 인트로와 짧고 강렬한 세계관 묘사가 정말 좋았고, 분위기는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하지만 스토리와 어울어져 개연성도 챙기는 등 나름 설득력 있게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명이 일순간에 폐허 더미로 변해버리고 대부분의 남은 인류는 숨어있거나 좀비들로 변한 것 같은 상황이 무섭고 또 현실적인 면도 있어 이 부분은 정말 연상호 감독님 다운 느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경과 무대를 보면 정말 전작 '부산행'과는 스타일도, 구도도, 이야기도 완전 다른데 사실 이 영화는 전작 '부산행'의 성공에 크게 기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래도 '반도' 자체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기획과 장치가 있어 나름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 '부산행'에서 좁은 공간의 압박은 장애물 많은 도로에서의 빠른 (탈출)질주로 대체되었고, 밝은 대낮부터 사태가 터졌던 전작에 비해 이번엔 어둠 속에서 작전이 펼쳐지고,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영화가 어두운 터널로 마무리 된 '부산행'과 반대로 어둠에서 시작해 새벽 햇살을 비추며 영화가 마무리 됩니다.



무기 없이 탈출극을 진행했어야 했던 전작 대비 이번 영화는 총기류로 적극 대처해 가며 화려한 불꽃쇼를 펼칩니다, 물론 그 총구가 향하는 대상이 반드시 좀비라는 보장은 없구요. 공유가 지키려했던 자기 가족 이야기는 이번엔 다 잃은 어느 한 싸움개의 (무언가의) 지키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반대되는 속성 대비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어쩌면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그 성공요인은 분석과 기획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질주하는 좀비는 '부산행', '월드워 Z', '창궐', '킹덤' 등을 통해 이젠 너무나 익숙해져서 '반도'에서 비춰진 좀비들에 사람들이 큰 흥미를 가질리 만무했는데 여기에 제작팀은 다른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한편으로 그나마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법한 그 배경과 특성 등에 대해선 철저하게 감춤으로써 차후 이야기도 기대하게끔 만든.. 정말 저는 기획의 승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_+


연감독 특유의 인간 혐오, 세기말적 감성이 여기저기 드러나는 가운데 좀비와 쓰레기 더미로 폐허가 된 도로 여지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데... 마치 사막 천지였던 '매드 맥스'의 세기말 도심 버전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ㅋㅋ 두 편 모두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인간들도 그만큼 희망을 잃고 타락해 있는 상황도 비슷하지만 둘의 다른점은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 전 지구적 재앙이 덮쳤던 '매드 맥스'와 아직까진 지구적으로는 콘트롤되고 있는 상황이면서 말그대로 한반도의 남한에 국한한 지옥도를 그리고 있는 '반도'. 심지어 그 남한 내에서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지.. 상황 전체를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국제적으로 시작해 인천에서 마무리 되지만 주요 이야기는 매우 협소한 장소에서 진행됩니다 - 서울의 모 지구, 최대 구 단위 지역에서 진행됩니다.



빠른 좀비들과 자동차로 인해 영화가 갖는 스피드감과 빠른 진행은 정말 인상적이고, 살아남은 자들의 자조섞인 태도와 일부의 빌런같은 태도/행동은 영화내 선악 구조를 확실히 하고 동력도 주지만 '부산행'에서 처럼 입체감있고 설득력을 가지는 인물상을 묘사하는데엔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 '반도'의 단조롭고 예상 가능한 태도와 연기는 영화의 매력을 떨어트렸다고 생각해요. '부산행'에선 그래도 사람다운?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며 인물들 나름의 설득력과 매력을 풍부하게 그려냈지만 '반도'에선 이제 생존욕구과 광기만 남아있습니다 - 그래서인지 다들 제정신이 아닌걸로 그려지며 배우들 연기도 그만큼 오버톤도 많이 보입니다.



또 이 영화를 이야기하며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신파!! 네, '부산행'에서도 그 끝장면 때문에 욕을 많이 먹기도 했는데, '반도'에선 그 배로 치환 가능한 장면들이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좀 과하게 다가오는 편인데... 특히 마지막 즈음 롱테이크는 '부산행'의 그 마지막 즈음 씬과 짝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개연성을 어그러뜨릴만큼 정도가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감독의 의도였을까, 기업의 압박이었을까, '극한직업'과 '엑시트' 성공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을텐데 왜 이 정도로 과하게 처리했는지가 지금 시점에서 애매하다 느꼈습니다.


심각한 단점은 또 있는데, 바로 어설픈 CG 입니다 - 첫 감상을 아이맥스관에서 해서;ㅁ; 이 부분이 정말 감상을 방해할 만큼 느껴졌는데요, 디테일의 문제도 있지만 (CG티가 너무 나는), 자동차 질주 장면 곳곳에서 속도를 빨리감기한 듯한 느낌이 들어 어색함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화면이 섬세하고 커다란 곳이여서 더 저런 문제가 눈에 잘 띄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의 행동을 잘 보여주기 위해였는지 화면 샤픈 정도가 조금 과하단 생각도 들었어요.



정리하면 드라마와 카 액션 씬에 몰빵한 작품으로 오히려 이 점이 꽤나 영리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행'을 즐기셨다면 당연 필견 속편 영화이고, 또 다른 스타일의 좀비물을 기대한다면 이번 편도 실망을 주진 않을 듯 합니다 - 특히 4DX스크린관 (CGV 용산) 뒷자리 중앙을 강력히 추전드려요! 영화는 성격을 보면 큰 화면이 좋을듯하나 CG 티가 너무 나서 아이맥스나 대형 스크린은 오히려 비추, 밝고 중대형 규모 스크린을 추천하며, 사운드는 준수한 편이나 특기할만한 내용이 없어 보이니 사운드X는 필수는 아니라고 느꼈어요.



흥미로웠던건 이토록 인간 혐오를 보여주는 작품에서 그 중심에 신파가 있다는 점과, 폐허더미에서도 예쁜 꽃이 피어오르듯 조그만 희망을 그래도 잃지않고 그려냈다는 점이 (비록 그 과정이 억지스러웠던 점도 있지만요) 저는 와 닿았고, 국제 이슈에서 정말 저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게 어디든) 정말 저럴 것 같다 공감도 되었습니다.



보다보니 감독 연상호님은 바로 직전 영화인 '염력'의 상업적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좀 더 전통적인 내용과 스타일에, 모험을 피하고 안전을 꾀했다는게 느껴졌는데요, 이게 앞으로 감독의 창작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저는 그 부분이 우려스럽고, 모험과 새로운 걸 시도하는데 영화판이 과감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자본이 늘어나며 안전빵에만 베팅해 갈수록 스타일이 이러저러한? 그런 영화들만 쏟아져 나오는 건 아닐지 그게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