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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미디어

깊이는 없다, 그러나 즐길만 하다, 봉오동 전투!

 

 

 



(스포일러 없어요)



깊이는 안따져도 되는 그럭저럭 볼만한 역사 오락물... 이라고 쓰면 너무 폄하하는 걸까요? '봉오동 전투.'


열의에 찬 배우들 열연은 좋았으나 다른 의미로 열의에 차올라있던 적군세력을 연기한 배우분들껜 감사함과 아쉬움을 함께 느꼈네요.


극이 자연스럽고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면 주요인물이던 주변인이던 반대세력이던 사람냄새가 나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적 일본군을 단순히 잔인하고 생각없고 단순한 미치광이 전쟁범들로 묘사하고 있어요 -



주역 포함 독립군 세력은 이런저런 사연담아 꼼꼼하게 지루할만큼 시간과 드라마를 할애했으면서 반대 세력은 그런 인물들이 별로 없는 모습에서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뭐, 사실 일본군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그런거 다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일본에서의 로닌과 야쿠자씬의 반응이 대체로 좋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일 듯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열정이 매력없는 단순 1차원 캐릭터로 묘사되면서 그냥 낭비된 것 같습니다.



한편, 자연 경관을 담은 큼직큼직한 씬들은 정말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었어요,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장면들도 있다고 하는데 도전은 성공적인듯? +_+ 이 영화가 남긴 어필 포인트 No.1이었어요, 덕분에 갑자기 논란이 됐던 촬영중 환경훼손 이슈가 더 뼈아프게 다가오기도 했구요.


배우들 연기는 대부분 호연이었고 여러 지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독립 운동의 뜻을 품고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조국과 후손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가슴아프고 뜨겁고... 죄송했습니다, 마지막에 깜짝 등장하는 히든 배우분도 정말 넘나 반가웠구요! +_+



일본 배우분들도 열연을 펼쳤고 촬영장에서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죠, 영화상에선 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지만 일본 자국내 악평도 감수하며 그 역을 열심히 해주신게 정말 고마웠고, 꼭 다른 영화에서도 예술인으로서, 배우로서, 잘 해나갔으면 합니다! +_+


하지만 감정은 딱 거기까지였어요.. 영화가 시나리오와 구성이 더 좋았더라면 박진감 넘치고 더 큰 감동도 있었을텐데... 이 영화는 다큐도 아니고 영화 구성을 하면서도 너무 단조로워서 서술로 끝나지 마지막에 무언가를 깊게 남겨주진 못했습니다 ㅜㅜ



또 소소하게 생각났던 점들이라면.. 영화 중간에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때 저는 류해진의 전 주연 영화였던 '말모이'가 생각나서 마치 류해진 유니버스(...)를 보는듯한 느낌도 받았었어요 ㅎㅎㅎ 마침 그 영화도 일제강점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영화죠. 그리고 최후반에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오마주같은 씬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보는 사람에 따라 오그리토그리거나 멋지다고 하거나 ㅎㅎ 그럴 것 같은 씬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론 애매하게 다가왔습니다;ㅁ;


전체적인 저의 감상기를 정리해보면 :



이 영화는 휴먼 드라마 파트에서의 안일한 접근이 극 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결국 나름 중요했을 중반부가 지루하게(지지부진?) 느껴졌고 클라이맥스 부분도 큰 감정변화 없이 맞이하게 되니 감동도 반감됐던 것 같아요. 잔인하게 묘사하는게 중요했던게 아니라 더 거칠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싶었어요, 그리고 주로 일본세력 대상이지만 캐릭터들 내면과 카리스마 개발도 더 필요했다고 생각하구요...



이 스크린에서의 잔인한 정도 또한 영화 성격 대비 많이 과하지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이 정도 잔인함도 사실에 견줘보면 그럭저럭...이었을진 모르겠지만요) - 일본군이 잔인했던건 사실이니 그냥 그 속성을 과장섞어 묘사한 것 같은데 결국 이것도 차별점 없었던 1차원적인 캐릭터 해석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액션씬이 너무 단조로웠어요 ㅜㅜ 연출이 단조롭다보니 그나마 소규모 전투인데 더 볼거리?가 없어지고 드라마에 의존하자니 건조무미한 캐릭터들의 핏발 날리는 연기향연(...)이니 마치 고구마 먹는 퍽퍽함이 먼저 전해졌달까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퓨리' 같은 전쟁 영화 몇 편만 보더라도 한 순간을 확 끌어오는 아우라가 있는데 '봉오동 전투'에는 뭔가 그때의 처절함, 각오 아니면 그 전장의 열기, 현장감 이런게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전장 자체를 그려넣은 수준이여서 이점에도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엑시트와 쌍끌이를 할 수 있을까.. 논란을 제껴놓고 생각해 볼때 볼만한 상업영화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영혼 없는 역사 배경 영화가 된 것 같아 그게 아쉽습니다. 한편으론 전 가을 개봉 예정 영화 '장사리'도 이런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그것도 좀 걱정되네요.


아무튼 영화 내용이 다소 부실?한 점이 있을진 몰라도 왜곡이 심하다거나 아예 없었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아니고 감독과 제작진의 조심스럽고 그래도 존중해주는 태도가 (역사에나 배우들에게나) 마음에 와 닿아서인지 굳이 쫒아다니면서 미운털을 박고 싶진 않습니다 - 다음엔 정말 이보다 더 좋고 더 진솔한 영화를 한편 만들어 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특히 이 영화 마지막을 보면 꼭 후속편 청산리 전투가 만들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과가 좋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더 철저한 기획 하에 멋진 후편을 만들어 1편 '봉오동 전투'의 아쉬웠던 점들을 싹 해소해주셨으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