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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미디어

악인전, 악을 악으로 갚다

 


 



선(善)도 안돼, 교화도 안돼,

법에 따른 벌도 안돼..

그럼 악(惡)으로 되갚아주면 될까?



(스포일러 없어요)


예상 외로 상당히 담백하고 시니컬한 영화.. SF로 비유하자면 충분히 디스토피아적 사회상에, 현실에 빗대어 말하자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사회 비판적인 영화라고 생각 됩니다. 판타지적인 상황이 몇몇 눈에 띄긴 하나 그 진솔함과 거침없는 지름에 묵인하고 그 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무겁게 바라보지 않더라도 영화 그대로를, 마동석 유니버스 중 하나의 영화로서도 충분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인데요... 단순히 오락영화라고 하기엔 그보단 무거운 벌침같은 걸 가진 영화이고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그럼에도 고치고 싶어하진 않는 여러 부정부패와 비리들을 잘 그려내고 있어요.


한편으론 '아슈라'와도 비견될 수 있겠는데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말 담백하고 '아슈라'보단 덜 거침없지만 기백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고 여기저기 피투성이 영화도 아니고 스토리도 꼬아놓은 것도 아니며 욕설도 생각보단 덜 해서 여러모로 편안하게(?) 관람 가능한 영화입니다. +_+;; 개인적으론 이 밸런스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도 주는게 연출이 참 지능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보면 코미디도 아니고 액션도 아니고 하드 보일드한 스릴러 내지는 범죄 영화도 아닌 것이, 서로 믹스돼 혼돈의 도가니탕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도, 인물들을 조명하는 것도 거슬림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딱 비빔밥 같은! 그런 영화였던 것 같아 불쾌하지가 않았어요.



악인이 셋(...) 등장하는데 하나는 조폭 두목, 하나는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거친 형사 하나 (아니, 그래도 정의롭다고 해야겠어요! 법을 준수하는! +_+), 다른 하나가 바로 순수악으로 뭉친 캐릭터가 있어요. 선과 악 이분법으로 구분하자면 영화는 여기서 당연 가장 악한 세번째 인물을 악으로 규정하겠지만 이 영화는 그리 단순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조폭에게도 단순하게 사연이 있으니 일말의 동정심? 그런걸 내세우며 가벼운 정의감 같은 걸 내비치지도 않구요.



영화 자체가 매우 시니컬 합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가 현실의 순화판이라는 비유도 있듯, 이 영화는 여기저기 사회의 그런 모습을 가차없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 무능한 공권력, 조폭세력 같은 불법으로 규정된 사회 집단과도 자신의 이익이 있으면 눈감아주거나 로비를 받아 먹는 모습, 먹고 버리고 배신하는 조폭 세계, 그럼에도 세금 운운하며 '일반 시민'임을 강조하는 모습 등등... 정말이지 우리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못하는 모습 그대로를 스크린에 옮겨 놓고 거기에 더 악한 누군가를 던져 놓습니다. 이게 참 흥미로워요, 누가 누구를 욕을 해야 할지...


당연 연쇄 살인마인 저 악을 자처하는 캐릭터는 멸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보다 덜한 비리는 그럼 악이 아닐까요? 그와 결탁한 부패한 선의 집단은? 또 그 악을 잡기 위해 다른 악과 손을 잡은 나름 선이라 주장하는 인물의 이 행위는 정당한 걸까요?



영화는 여기에 대한 답을 주진 않아요... 어차피 이 사회도 이런 식으로 굴러가고 있고 윗선의 비리 부패는 뭐 바늘 끝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도 그 누구도 함부로 여기에 태클을 걸거나 갈아엎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네 실상이죠, 말을 덜 할 뿐... 참 어찌보면 이 영화는 정말 시니컬하고 디스토피아적 사회상에, 조소 가득한 영화입니다. 이 내용을 생각하면 사실 기분좋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대중의 반향을 얻고 있는건 아마도 무데뽀 경찰의 시원함과 마동석 캐릭터의 법 망을 뛰어넘어 복수/응징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일종의 동경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 자경단이죠, 배트맨같은 다크 히어로는 아니나 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그 법을 가지고 노는 자들을 응징할 수 있는 어떤 힘에 대한 필요성을 갈수록 많이 느끼고 있다..랄까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고위층에 대한 비리 수사처인 공수처 설치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거의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참고로 이 영화는 조폭에 대한 로망이나 지지하는 시점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더 와닿는 점도 있어요, 불법 행위는 불법이다라는 걸 확실하게 바닥에 깔고 이야기를 진행해 갑니다.


그렇지만 자경단은 사실 매우 위험한 발상이죠, 그걸 알고 있으니 영화 속에서라도 그를 풀고 싶은.. 꼭 '베테랑'하고 비슷한 시원시원한 면이 보입니다. 이 영화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징악'이 큰 주제인건 확실하죠, 게다가 그걸 악으로 갚으려 하니.. 어찌보면 이제와서는 '선이던 악이던 나쁜걸 몰아낼 수 있으면 다 돼~' 같은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된달까요 (이건 망상이예요! ㅎㅎㅎ).


웃음이 거의 없는 영화.. 여성성이 전혀 없는 차가운 한적한 도시 범죄 느와르.. 그럼에도 이런 사회면을 뒤로 한 채 영화는 시종일관 가벼운 톤에, 스타일리쉬한 느낌으로 잘 포장해 이야기를 끌어 갑니다.. 저는 한편으로 이 점이 와 닿았어요. 무거운 영화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쓸데없이 무게 잡고 남는게 없는 영화보단 오히려 이야기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영화가 더 낫다.. 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단점을 짚자면 '추격자' 같은 깡, 집요함이 부족하고 연쇄살인마를 다루는 장르에서 그에 대한 압박이 부족한 점 - 캐릭터 연기와 행동 등등은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그의 내면 심리 묘사와 동기 (뭐.. 순수악으로 설정된 이상 이런거 다 필요없을 지도요), 여기에 필요한 개연성 설명/묘사가 없어서 그 부분에 있어선 영화가 마치 '나쁜놈 하나 함께 때려잡기' 같은 식이 된게 아쉬움이 있었어요, 여기에 마동석 액션이 얹힌 영화라고 본다면 너무 단순한 감상평이 되려나요 ㅎㅎ


오랜만에 조폭영화임에도 괜찮은 영화가 하나 나온 것 같아요. 전 조폭영화를 싫어라 하는데 이 영화는 평이 너무 좋길래... 대체 뭐지? 하며 보게 되었는데 짬짬이 티켓 파워를 행사할 듯한 느낌입니다, 가볍게 보실 분들에게 추천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