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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나 카레니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디로 향하나
    Review/미디어 2019. 4. 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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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없어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2018년 개봉한 뮤지컬 실황 영상인데 이번에 메가박스에세 재개봉했죠, 작년에 못봤는데 이번엔 성공했네요! ^0^ 배경은 19세기 후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귀부인인 안나 카레니나가 주인공입니다.



    작품에 대해선 원작 관련 내용 언급은 되도록 피하고 해당 영상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도록 할께요.


    작품은 톨스토이의 작품 분위기, 사상, 그 작품의 여성성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는데 뭐랄까요, 저는 그의 작품속에서 자주 묘사되는 노동의 가치와 도시 삶의 모순, 자연의 정직함과 대비되는 인간 (특히 상류층의) 삶의 추함 등을 작품 내내 철저히 묘사한 데에서 적잖이 놀랐고 그런 중에도 안나 카레니나와 키티를 통해, 그리고 막바지 즈음 패티의 단독 아리아로 시비를 가리지 않는 여성성을 묘사한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 뮤지컬 작품은 유럽 대륙풍, 특히 프렌치 뮤지컬적인 성격에 (저는 '레 미제라블' 뮤지컬 버전과 정말 흡사한 정서를 느꼈어요) 정말 멋진 무대장치 활용과 화려하고 우아한 코스튬, 강렬하고 다양하며 때때로 등장하는 러시아다운 코레오그래피와 음악에 정말 감탄하며 봤습니다.


    사실 원작 소설도 이 뮤지컬도 안나 카레니나라는 인물의 잘잘못을, 물론 다른 인물들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의도는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본 작품도 원작과 같이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욕구가 어떻게 서로를 파멸로 몰아 넣는지를 잘 그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키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 소설과는 살짝 다른 점이 있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이야기의 센터에 있으며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크게 묘사하는 부분들이 없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고 그냥 본다면 불친절할 수도 있어요. 대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의외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ㅁ;


    음악은 개인적으론 개별 넘버로는 몇 곡 빼고는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극과 매우 잘 어울어져 오페라와 같은 분위기의 성스루 뮤지컬 작품으로서 충분히 좋으며 첫 서곡이 1막 마지막 부분 (영화에선 1,2부가 이어져 상영되기 때문에 브레이크 지점이 없어요)에 reprise 되는데 이게 클라이맥스 즈음 엇화음으로 일그러지면서 다시 변주 됩니다 - 이 부분 정말 개인적으로 놀랐고 감탄했어요.


    인트로로 쓰인 곡 강렬하고 칼군무의 질서정연함이 노래한.. 행복을 갈망하며 부르던 그 노래가 말미에 가서 일그러진 화음과 함께 어떻게 변하는지 꼭 보시길 바래요.



    클라이맥스 즈음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는 작중 최고 인기 오페라 가수인 패티가 부르는데 곡 제목은 '오나의사랑하는이여' 입니다. 이 곡이 인상적인 이유라면 곡 자체가 안나 카레니나의 삶과 정말 원했던 것, 그리고 마치 그녀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은 애절함이 엿보여서..랄까요? 그녀의 표정만큼 정말 슬프고 마음에 와닿았어요 ㅜㅜ



    그리고 저는 이 작품에서 따스한 톨스토이의 전원생활과 노동 찬가를 볼 수 있었고 그의 사랑 찬가도 느낄 수 있어서 어찌보면 정말 톨스토이의 작품을 최대한 담아내려 한 노력을 보여준 것 같아 좋았는데요, 무대에서도 이같은 장면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 농민의 삶을 그린 장면이 있는데 여기엔 러시아 전통 가무도 가미돼 보는 눈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무대 장치와 어울어지는 조명의 환상적인 조화, 그리고 씬에 맞는 화려한 귀족 예복들.. 사계절을 디지털 패널과 조명, 입체적으로 구성한 무대장치와 안무.. 개인적으론 같은 비극을 그렸지만 '레 미제라블'의 죽음의 냄새가 나지않아 감탄하며 봤습니다.



    (스포일러 있어요)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이 작품은 불륜을, 그것도 남성 주도가 아닌 여성의 불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왜 그랬는지 그 변명을 하는 수준의 작품아니고 동정을 바라는 내용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렇다고 피차 잘못이라는 흔한 이야기로 끝나지도 않는데요.. 오히려 저는 이 부분에서 묘하게 고전적이지 않은 정말 포스트 모더니즘에 가까운.. 전 그 끝은 달갑지가 않았는데.. 모르겠어요, 원작 소설을 보면 또 어떤 내용이 나올지.


    무엇보다 이 뮤지컬 작품은 제목처럼 안나 카레니나 한 여자의 이야기에 철저히 초점을 맞춰 진행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보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어려운 점은 없었고 그녀의 가치관이 이해가 안 갈 수는 있겠더라구요 - 사랑만을 바라던 그녀가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한 남자의 마음에서 버려졌음을 깨닳았을때의 상실감? 그게 정말 마음 아팠습니다.



    스테이징이 화려하고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어 (2층 구조 무대에 무대 전.후를 다 활용해) 마치 3D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등 비슷한 스크린 스테이지를 사용한 작품보다 더 진일보한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어요, 여기에 화사한 코스튬과 조명의 조합이..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거나 음악이 조금 마음에 안드실진 몰라도 이미 이것 만으로도 추천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 참, 그리고 대사... 대사가 정말 시처럼 아름다웠달까... 음악 가사가 아닌, 원작에 좀 더 신경써서 처리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정말 정말 좋았습니다. 원작 뮤지컬 자체도 러시아 시인 율리 킴이 리브레토를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그에 맞게 우리말 번안도 정말 잘한 것 같아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참고로 율리 킴은 러시아 분이신데 한국계라고 하죠.


    개인적으론 음악 외엔 정말 크게 흠잡을 것 없는, 모처럼의 작품 하나 본 느낌이었어요! 러시아 고유 성격의 콘텐츠도 잘 담아낸 것 같고 너무 쇼 비즈니스 성향의 그런 작품이 아닌 것이 이젠 클래식 뮤지컬이 된 '노트르담 드 파리' 같은 롱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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