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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의 부장들, 무거운 남자들의 정치질
    Review/미디어 2020. 1. 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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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정권도 마찬가지

    욕망이 지배한 세상에 의(義)는 있는가

    잿빛의 숨막히는 남자들의 정치질!




    묵직한 드라마! 우민호 감독의 이전 작품인 '내부자들'도 그렇고 여성적인 면은 거의 배제한 완전 남성적인 화면과 심리로 가득찬 영화가 되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 동명의 사건 실화를 기록한 취재기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바로 전에 작업한 영화 '마약왕'때 인연이 닿은 출연진들이 꽤 되네요 - 이희준, 이성민, 김홍파, 김소진 등, 조.주연 가리지않고 호감가는 연기를 펼칩니다. 극에서 곽상천 경호실장을 (실제 인물은 차지철) 맡은 이희준, 김규평 역에 (실제 인물은 김재규) 이병헌, 박통 (작중 이름은 언급되지 않지만 실제 박 전대통령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역에 이성민이 등장 합니다, 그리고 이후 이야기를 이어갈 법한 전두환도 전두혁이라는 인물로 (서현우 배우가 열연했습니다) 나옵니다.



    이 작품은 1976년 10.26 사태 발발 전 40일을 그리고 있으며 마지막은 모두가 아는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내용 자체는 2년 2개월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된 취재기에 근거하고 있으며 (김충식 작가인데 기자출신이라고 하죠) 매우 사실적인 드라마가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는 논픽션 기록물에 근거하여 만들어지긴 했지만 가공의 인물들로 등장하고 몇몇 각색된 부분도 있어요 - 곽도원이 열연한 박용각 (실제 인물은 김형욱) 전중앙정보부장의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 출두 시점과 실종 시점이 원래 2년 정도 차이가 있는데 반해 작품내에선 40일 이내 발생한 걸로 처리되는 (연출상 문제와 분량 때문에 조절한 걸로 보입니다) 등 여기저기 각색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곽도원, 이성민, 이병헌 트로이카라고 할 수 있는 삼인방 연기는 정말 좋았고 이희준은 오버하는 느낌이 좀 그랬고 극 내 너무 악역으로 몰고가는 느낌이 강해서; 부담될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름 역할과 연기는 충실했다고 할 수 있겠죠, 김부장과 곽부장의 대립은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거사 40일을 다뤄가다보니 그 끝자락에 비해 중간이 조금 풀어지면서 긴장감이 줄어 지루하다는 평을 듣기 딱 좋다는 점과 내용과 유명한 대사들 자체가 이미 너무 잘 알려져있는데다, 심리전 외엔 다큐 재연 연기같은 느낌으로 진행이 되다보니 극적인 각색까진 아니었더라도 신선한 연출이나 격렬한 충돌을 조금만 더 부각했더라면 심심하다는 느낌은 좀 피할 수 있었지않을까 생각이 들긴했습니다.



    시대극인 만큼 당시 국내외 배경과 정치 이슈 미국의 입장 등을 세세하게 잘 그리고 있고 도시나 자연경관, 당시 패션 등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패션을 좀 흥미롭게 봤어요 - 이희준의 무시무시한 덩치와 등빨; 호리호리한 이병헌의 수트 모습, 다부진 이성민의 카리스마 등.. 심리 외에도 인물들을 흥미롭고 입체적으로 묘사해서 이 점이 정말 최대 장점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지금 영화도 마음에 들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거리는 없어도 인물들의 강렬한 이미지와 카리스마, 기싸움, 지저분한 정치질 등 이미 내용을 안다하더라도 극으로 한번 볼 법하다고 느꼈고 한편으론 이 영화를 두고 괜한 이념 싸움이 일지는 않을지 살짝 염려도 됐는데.. 지금의 우리나라는 많이 성숙한 사회니 그럴 일은 없을거라 믿고 있습니다아 ㅎㅎ



    느와르 풍의 정치 영화인데 일반적인 개념의 정치라기 보단 처세술과 출세를 위한 개인적 정치질과 인물들의 심리, 그에따른 태도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영화라서 지극히 퍼스널한 영화임을 미리 알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각 인물들의 옳고 그름에 대해 시비를 가리려는 영화는 절대 아니고 변명을 하고 있거나 심하게 비약하는 것도 없이 최대한 그대로를 투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딱 한사람은 (아니, 둘..? ㅋㅋㅋ) 사심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ㅎㅎ 보시면 대충 아실 거예요.


    대체적으로 영화는 정치적 중립 입장이며 인물들을 자기 역할과 당위성에 충실하게 그려나가고 또 빌드업 한 다음 마지막 한 순간에 그걸 터트리는데, 그 밀도가 높아 액션이 없다시피해도 그만큼 강한 인상을 주고 있어요.



    원작 자체가 워낙 드라이하고 심심한? 구성이라 영화에서 그래도 흐름에 맞춰 굵직한 주제와 인물 탐구를 잘 살린 것 같아 저는 잘 본 것 같아요.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기승전을 보게되니 맥이 빠지는 점을 이렇게 인물쪽에 치중해 전개했는데 인물이 아닌 사건, 극적 드라마 등에 치중한다면 지루할 법한 지점이 많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고보니 '남한산성'과 감성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관객이 받아들이는데엔 이번 남산부장님들이 더 호의적인 것 같아 보여요.


    실제 정치 상황도 문제였겠지만 이 영화는 남성들 간 정치질이 극대화돼 전개되고 그 결과가 10.26 사태로 이어진다.. 는 귀결점을 가집니다 - 실제 김재규의 행동에 대한 나름 합리적인 추론과 이유를 대고 있으나 결말부에 왜 그가 육사본으로 갔는지에 대한 이유는 여기서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기록물을 영상화한 것 치곤 정말 농축된 느낌의 드라마 같은 영화, 그렇다고 재연 수준에 머물지않고 인물들의 심리를 완성도 있게 끌어올린 영화, 설에 보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한번 볼만한 영화라고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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