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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된 마녀, 레이디 맥베스Review/미디어 2017. 7. 29. 23:24반응형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작지만 큰 공간.
성차별 그리고 혐오, 가진자와 없는 자의 차별, 계급차별, 인종차별, 거기다가 적서차별까지... 세상 모든 차별은 다 패키지로 등장하는 듯한 무거운 영화, 레이디 맥베스.
소리없고 보이지않는 은밀한 치정 - 각 계층간, 같은 식구간 배신에 배신에 배신.. 그 누구도 믿지말라! 한편의 심리 스릴러같은 파고드는 뒤끝있는 영화 레이디 맥베스!
'마녀의 예언이 없다면 내가 마녀가 되리라!'
강렬하고 확고한 그녀의 의지, 이걸 단순히 악녀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배경이 18세기 영국 변방의 외딴 성(城)이라 당시 여성관과 남성관, 무슨 물건 같이 취급받는 여성층과 하인/하녀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페미니즘에 대한 영화도 아니며, 이에 대한 옳고그름에 대한 논의를 하려하지도 않습니다.. 오랜 인습에 따른 고통/갑갑함을 그대로 드라이하게 묘사할 뿐이죠.
(17살의 어린 나이에 신부로 팔려온 캐서린. 그녀는 성 내에서 목소리를 올릴 힘도 없었습니다.)
(남편의 살아있는 장식품인양 성 안에 갖혀 매일매일을 보내는 캐서린. 코르셋에 갖힌 그녀의 인생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실제 코르셋. 섬찟하고 차가운 장면이었어요.)
독립에의 갈망, 답답하고 퀘퀘한 실내... 중간 중간 자주 나타나는 야산 장면과 바닷가 씬은 그녀의 내적 갈망을 드러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요, 마치 답답한 속을 달래주는 청량음료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감정의 탈출구를 전해 줍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맥베스가 고뇌에 찬 인물이며 마녀의 예언에 홀리다시피 했어도 심성이 유약한? 느낌이 있으나, 그녀의 내면은 오히려 견고하며 대자연만큼 튼튼한 성곽 같습니다.
사실 제목만 보면 꼭 이 둘이 연관이 있어 보일 순 있지만; 실제론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이라는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있어서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
영화 내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그녀가 동물, 특히 새에 박식하다는 점인데 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하면 역시 자유? 프리덤? 내 인생 펄펄 날고파~ 아니려나요; 그리고 이런 점은 극 중 등장하는 다른 동물들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개와 말은 남자의 전유물이다시피 자주 묘사되고 집안엔 고양이가 한마리가 있습니다.
사람 없으면 외로움에 못견뎌 하고 산책 안하면 스트레스 쌓이는 개는 남자가 돌보고 있으며, 고양이는 돌보는 이가 누군지 묘사가 없는데 혼자도 잘 다니고, 잘 먹고 틈 사이로 안정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잘 잡니다. 심지어는 주인 의자에까지 앉아 캐서린과 함께 밥을 먹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아무래도 여성적인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동물인데, 이 모습이 어쩌면 캐서린의 내면의 욕구 - 통제불능에 자유영혼을 갈망하며, 앞으로 모종의 일을 벌릴 것을 보여주는 복선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정말 정적이고 절제된 언어와 대화, 바람소리, 배경, 소품, 경관... 그러나 이런 주변 모습이 오히려 그녀 캐서린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그녀의 성격파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줍니다.
더불어 이런 단조로움이 이야기의 진행까지 단조롭게 만들진 않는데요... 그들의 심리 게임과 행동양식이 절제되고 단조롭긴 커녕 그 속마음을 알 수 없고 마치 공이 어디로 튈까 더 염려되고 두근대는 것 같은 현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캐서린 역의 플로렌스 퓨와 안나 역의 나오미 아키는 정말 불안 속에 지켜보며 감탄을 했는데요...
허나 이런 음침하면서도 비밀스러운 모습들은 (2부 같은) 후반부로 돌입하며 묘연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젠 그냥 수면위로 드러나고 (사실은 남편의 재등장 부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상황은 폭풍 치듯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 러시아 원작하고도 결말이 달라져 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겁도없이 달려든 하인이(원작엔 세르게이, 여기 영국판에선 세바스찬) 배짱이 두둑한것 같아 보이나, 말미에선 부인의 꾐에 홀리고 마녀의 예언에 홀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같은 모습을 가진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 "이젠 죽어도 함께야..." 복선이 된 것 같은 그녀의 속삭임은 정말 마녀 그 자체랄까요!
세바스찬이 당당함에서 거의 왕위치까지 갈 뻔하다 (실제 집안의 주인 행세를 조금 하긴 했죠, 진짜 주인이 오기 전 까진.... ㄷㄷ) 갈수록 의기소침해지며 자포자기 수준에서 캐서린의 종용에 동조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연속으로 벌리고선 결국 말미엔 멘탈이 무너진 채 자폭하는 모습이란...
레이디 맥베스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셰익스피어 작품 속 남자인 맥베스의 소심함을 '무슨 남자가 계집애 같다'며 마녀가 조롱하는듯한 의미를 내포하는 걸지도요? (극중 끊임없는 여혐을 조롱하는 남혐적인 제목이랄까요) 물론 여기서 마녀는 캐서린이구요.
이 영화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원작을 알고 봐도, 전혀 모르고 봐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런닝타임 약 90여 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심리 롤러코스터같은 꿀꿀한 기분의 ㅎㅎㅎ 영화입니다, 여운이 꽤 길게 가고, 플로렌스 퓨의 파란 드레스 모습이 정말 계속 머리속에 남는달까요?
당시의 여성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고, 변해야만 했던 그녀에게 당위성을 주는 것 같은 주변의 상황도 그렇고... 여러모로 까칠한 느낌의 영화였는데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는건 역시 탄탄한 구성과 사진의 그녀처럼 굳센 모습이 한편으론 우리에게 '살아 남아라!' 라고 외치는 듯한 기괴한 감정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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