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자사의 주요 온라인 신문 콘텐츠를 유료화 시키고 아이패드 등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 그의 사전엔 모든 콘텐츠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관념이 깔려 있는데, 이것이 과연 인터넷의 세상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당장은 힘들지만 앞으로 기업이 살 길이 이같이 닥치고 유료화 밖엔 안 남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이미지 출처 : 기즈모도)
기기는 승승장구하고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시장은 커져만 가고 있는데, 정작 그 콘텐츠 사업은 진통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전자책 시장이 계속 볼륨이 커져가고 있지만 내막을 보면 실속 없는 성장이랄까요? 누구를 위해 성장을 하며, 시장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지 방향타를 잃은 채 가속만 하고 있는 느낌 입니다. 이렇게 가속해서 시장을 키워도 지금은 이상이 없을진 몰라도 조금만 앞을 내다본다면 어떻게 될진 누구나 다 알겁니다...
소비자와의 이해 관계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 붙이면 막 커갈 수 있는 신흥 시장도 죽이고, 소비자들의 관심과 이해도도 죽일 수 있고, 이게 악화되면 관련 하드웨어 기기 산업도 더불어 고사할 수 있죠.
아래 기사를 하나 봅니다.
기사 : 전자책 보급 급증..'전자책=공짜' 인식 여전
... 교보문고는 지난달 전자책 매출이 금액 기준으로 작년 동월보다 4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지난 17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고 19일 밝혔다.
작년 4월부터 전자책을 판매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전자책의 다운로드 횟수가 매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4월 341건이었던 전자책 다운로드 횟수는 작년 12월 4천812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월 1만3천228건, 2월 4만1천865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로 시장을 관망해오던 출판사들도 전자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
시장과 파이가 커져간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하드웨어 중심의 환경에서 태어난 부수적인 분야라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일단 소비에의 불을 당긴건 사실이니 반겨야 할 부분이라 하겠죠. 게다가 소극적이었던 업체들도 적극적인 입장이 되어 뛰어들 태세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런데 정작 기사 내용은 이 커갈 수 있는 전자책 시장이 마치 소비자들이 잘못 하고 있어서 성장을 못할 것같다.. 그런 내용으로 몰아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 하지만 이 가운데 돈을 주고 구입한 사람은 17%에 불과했으며 무료 전자책 콘텐츠를 이용했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 출판업계 관계자는 "출판사들과 인터넷 서점들이 전자책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무료 전자책을 대거 공급하면서 독자들이 벌써부터 무료 콘텐츠에 길들여지고 있다"면서 "전자책은 공짜라는 인식이 없어져야 전자책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짜 전자책은 아직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안되고 인식이 안되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료로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확대하여 앞으로 나올 제품/콘텐츠에 소비를 촉진하게 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마치 그 때문에 사람들이 '공짜'만 찾고 다른 유료 책은 찾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는 듯한 이 기사.
정작 핵심은 사실 기사 거의 끝에 적혀 있는 아래 딱 두줄로 요약 가능 합니다.
... 돈을 주고 사보지 않는 이유로는 '원하는 콘텐츠가 없어서'(45%)란 대답이 가장 많았으며 '콘텐츠 가격이 비싸서'(14%), '무료 콘텐츠가 많아 유료 콘텐츠를 살 필요성을 못 느껴서'(12%) 등 순이었다. ...
비단 비싸고 콘텐츠가 없어 전자 콘텐츠 수급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큰 문제점 입니다. 기존 틀을 못 벗어나 혁신적인 콘텐츠를 못 만들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못하고 매출 악화로 악순환이 돌게 되는 거지요.
1순위인 '콘텐츠가 없어서'는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콘텐츠 및 상품 개발 행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며, 2순위인 '가격이 비싸서'는 아직 시장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고, 페이퍼북이나 전자책이나 그게그거.. 라는 오래되고 새 패러다임엔 맞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잠깐 풀어보면..
1) 전자책이 일반 페이퍼북과 거의 같은 가격에 거래되어야 하는 이유가 소비자들은 납득이 안가는 것이고,
2) ebook의 장점을 살리지 않은 채 단순히 책 내용과 페이지를 스캔하듯 제작해서 올려 놓은게 소비자는 불합리하고 재미없게 다가오는 것이고..
그러니 책과 별 차이도 없는 구성에, 가격도 엇비슷하다면 차라리 더 접근성이 편한 - 눈에 읽기도 편하죠, 부피가 있지만 스르륵 살펴가며 콘텐츠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죠, 유형이라 수집하는 재미도 있죠, 페이지에 표기하기도 용이하죠, 책의 장점은 여전히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 ebook은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하고 (색인,열람,링크), 자체 고유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면 일반 책 보는 것과는 다른 차별화된 접근성을 줄 수 있고(혁신성), 가격이나 유통과 제작도 일반 책 만드는 것에 비해 훨 간편하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유리하죠 - 책을 선택하고 말거나, 아예 안사거나, 자체 수급한다던가(직접 가공 또는 어둠의 루트) 한다는 거지요.
ebook의 고유 장점은 뺀 채, 책의 단점만 모아다 놓는다면.... 사람들이 ebook을 같은 돈 주고 살까요?
출판 업계는 소비자들이 무료만 찾는다, 공짜 아니면 안 본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갈수록 개선되어 가는 소비자들의 저작권 인식과 콘텐츠 구매 경험, 그리고 그에 따른 긍정적인 태도를 보면 앞으로는 전자책, 어플 등의 콘텐츠가 제대로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거란 걸 알수 있을텐데... 정작 자신들은 변할 생각을 안 하면서 소비자들만 탓하는 모습이 아쉽기만 합니다.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독주는 안됩니다 - 소비자들이 전자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페이퍼북이 2만원이니까 전자책도 1.5만원.. 이런 식은 시장도 죽이고 사업단도 고사하는 길 밖엔 없을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소비자들의 관심도 죽이는 결과를 안겨다 주게 되겠지요.
지금이라도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공짜 콘텐츠를 제공하더라도 그걸 전략적으로 제공하므로해서 소비자들에게 계속 관심을 이어가게 하고, 차별화된 ebook 인터페이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새 경험을 안겨다 주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금 커져 가는 시장 이상으로 확보하긴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