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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요한 화면,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 뷰티풀 데이즈
    Review/미디어 2018. 11. 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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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조금 있어요)



    거의 원우먼 영화라고 볼 수 있을만큼 배우 이나영이 큰 존재감을 가지는 독립영화, '뷰티풀 데이즈' 입니다. 네, 제목만 보면 꽃같은 아름다운 나날을 연상시키는 제목이지만... 현실은 지옥과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마음아픈 영화였어요.



    큰 주제는 탈북자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지만 저는 가족의 의미랄까요? 그런 면도 많이 느껴졌는데요... 타인이긴 하지만 어떻게 서로를 받아들여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듯한 면이 엿보여서 인상적이었고 시종일관 차갑고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였지만 따뜻함이 스며있는... 마치 '야, 세상 사는게 다 그렇지 뭐~~' 하는 듯이 아주 조금 토닥여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루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황해'같은 거친 영화가 연상되실 법도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욤!



    미장센은 그 장면장면 상징하는, 또는 감독이 의향한 바에 맞춰 때론 거칠게, 때론 퇴폐적으로, 때론 드라이하게 표현되는데 그와 반대로 묘사되는 젠첸이 살고 있던 중국 고향집과 그 주변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 마치 삶의 폭풍과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 확연한 대비가 인상에 남았어요. 제가 이 색 대비를 인상깊게 봐서 그런지 액션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감정선에 좌우되는 영화다보니 색감이 정말 중요하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윤감독님의 실험적인 태도가 많이 들어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 영화의 주제가 무슨 귀농이나 어려운 삶의 환경, 문화/환경 등의 열악함을 어필하는게 아닌만큼 자연환경과 우리에게도 친숙한 시골환경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지만 그냥 다 잊고 평온하게.. 자연에 맞춰 사는, 순리에 따르자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달까요? 아이러니한 건 이런 가정에서 결국엔 큰 일을 저지른다는게 개인적으론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고 살짝 충격이었습니다.



    영화는 정말 조용하고 액션은 없다시피하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의 대립은 정말 격렬하고, 특히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들과 엄마 사이 불꽃튀는 누가누가 더 싸가지없나(...) 시험하는 것 같았던 내면 묘사는 정말 양쪽 다 이해가 갈 만큼 현실적이었고 불같은 아들과 마치 피도 얼음이었을 것 같았던 이나영의 모습은 정말 여느 액션 씬 만큼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었어요.



    참고로 아이의 이름은 젠첸이라고 지어져 있지만 그 엄마와 아빠의 이름은 극중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그녀의 애인이라던지 남편의 부모 이름이라던지, 주요 인물들에 대한 신상은 전혀 공개되지 않아요, 개인적으론 이 점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 마치 모든게 베일에 쌓여있던 그녀의 인생처럼 그녀와 관련있는 모든걸 의도적으로 차단하며 접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윤재호감독은 '뷰티풀 데이즈' 영화 작업 전 (2016년) '마담B'라고 하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이 '마담B'가 '뷰티풀 데이즈'의 기반이 되었다고 해요. '마담B'의 실존 인물의 생을 그대로 옮겨온건 아니지만 그만큼 역경과 비밀이 있을 것이란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달까요?



    그렇지않아도 파란만장한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처음부터 펼쳐지지 않고 텀을 두고 서서히 베일을 벗겨가며 종국에 가선 가족의 의미를 살짝 부여해 주면서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작은 맺음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론 이게 단순히 젠첸과 그의 엄마의 앞으로의 행복만을 의미하지 않고 여전히 고통속에 살고 있을 수많은 현대판 이산가족의 행복과 가족의 유대감을 바라는 마음의 표현으로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한번 생각케하는데요... 영화에선 제대로된 가족의 묘사가 없습니다 - 법망을 교묘히 피해 중국 남자에게 팔려가다 시피한 북한 여자, 여러 고난 끝 우리나라 남한에 당도해 만나게된 일명 '고마운 사람'이라는 남자친구... 일단은 결혼한 사이인 중국인 남편의 인정어린 모습과 거칠어 보이지만 착했던(?) 남한 쪽 남자친구. 이나영이 분한 젠첸엄마의 경우 오히려 운이 정말 좋았을 경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캐릭터는 그렇다 치더라도 희한하게도 제대로 된 가족의 묘사는 이들 주변 아무데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사실 가족 이야기를 하자면 중국 조선족 남편과 그 가족들, 아들 젠첸을 정으로 잘 키운 이 가족이 제대로된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이 영화의 메인이자 주인공인 젠첸 엄마는 마치 '애만 낳고 정처없이 싸돌아 다니는 애 버린 엄마' 같이 묘사되고 있기에 더 그렇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엔딩에 가서야 무언가 물꼬를 틀었다는 느낌이 드는... 아주 희미한 씨앗을 남겨놓고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이게 묘한 감정을 남기고 있어요 (아, 참고로 이 영화는 다분히 여성적인 감성의 영화인데요, 그렇다고 요즘 논란이 있는 여혐이나 래디컬 페미니즘 같은 정서는 없어요).


    단점이라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이해할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 아닐까 합니다. 영화 자체가, 내용이나 인물들 내면에 흐르는 정서라던지 마음에 안드신 분들이 계실 법 해요 -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라서 저라면 이 아픔과 행복을 같이 공유하고픈 분들에게 추천해 보고 싶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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