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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울림, 말모이
    Review/미디어 2019. 1. 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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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존하는 약 3천 여 개 언어 중 고유 사전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20여 개 뿐"



    (스포일러 없어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맡았던 엄유나의 연출 데뷔작인 '말모이.' 제목만 보면 다가가기 쉽지않고 코미디 영화같은? 그 주제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영화인데요..


    우리가 그냥 편하게 쓰고 지나치는 우리말과 우리글. 오히려 일상이 됐기에 그 소중함과 따스함을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민족말살정책이 살벌하게 펼쳐지던 그때, 우리 글과 말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는지를 그린 영화입니다. 말이 가지는 힘을 의지와 이어 펼쳐가는 감독의 연출이 새로웠고 저는 참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러고보니 화사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화면에서 따스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여성의 잔잔한 감정의 흐름이 느껴지는 독특한 일제시대 배경 영화로, 보기 드문 우리말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의지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 일제강점기 시절을 배경으로 하니까 단순히 당시 잔혹한 현실을 그리거나, 으례 잔인하겠거니 하는 안일함에 안주하지 않고 조용함 속에서 '사전 편찬'이라는, 목숨을 걸기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에 열정을 담으며 그리고 그 속에 도는 팽팽한 심리전을 경박하지 않게 잘 연출하고 있습니다.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나라 고유 종교 해산뿐 아니라 우리글(한글사용 금지 정책) 금지, 창씨 개명 정책을 펼치던 그때, 사멸될 수도 있었던 우리말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조선어학회) 그리고 있는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우리말의 표준어를 결정하는 것과 그에 맞는 사전 편찬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전국의 고유어와 사투리도 최대한 모아 이를 토대로 많은 관련된 사람들이 공평하게 회의를 가져 어떤 단어를 표준어로 할지 정해야 하는 그런 과정도 필요하죠, 물론 그 후 결정된 원고를 정리해 사전으로 편찬하는 작업은 이후 작업이겠구요. 식민지 정책이 한창이던 그때, 이런 과정을 밟아 우리말, 우리 문화를 지켜가겠다니.. 정말 쉽지 않을 일이었겠죠. 글, 말을 모은다.. '말을 모으는 것이 곧 세상 속 지식을 모두 모으는 일'... 이를 말모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사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사전을 편찬하려는 노력은 한참 전 부터 시작됐었는데요.. 근 13여 년간 모은 자료를 가지고 조선어표준어사정위원회를 조직해 연구를 계속하던 중 (3년간 계속 연구했다네요) 조선어학회 사건이 터지는데요.. 다수의 학자가 구속/투옥되면서 거기서 2명이 고문으로 사망하면서 주춤하는 듯 했으나 독립 후 당시 없어졌던 원고가 기적적으로 발견되면서 실제 사전 편찬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두 주 인물의 가족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그쪽으로 크게 치우치진 않았고 이 영화에서 가족의 의미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어요. 재미면에선 다소 심심함, 코미디면을 살펴봐도 딱히 두드러지게 뛰어난 영화는 아닌, 다소 심심하면서 투박한 드라마의 영화지만 영혼이 살아있달까.. 저는 정말 감동적으로 봤어요,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벗어날 수 없는 집요함이 스크린 내 순사들도 그랬지만 마치 감독과 모든 스태프들의 의지가 모여 관객들을 완전 몰입시키는데 이 점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 감독님은 냅둬도 심장 쫄깃할 것 같은 추격전에 무리수를 두는 추격전을 더 담는 바람에 사족같은 흔적이 있달까.. 이런 희한한 조합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ㅎㅎ '택시운전사'에서 무리수 같았던 택시 추격전이 이번 '말모이'에서도 그런 흐름이 느껴져서 보다가 흐름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렇다고 '택시운전사'같이 심하게는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첫 연출작치고 정말 안정적이고 재미있고 짜임새있게 잘 구성된 영화라고 생각해요, 특히 일제시대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에선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의미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윤계상과 유해진 두 주연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마무리도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억지 감동이나 교육적인 부분, 신파에 가까운 감정을 강요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담백하고 순수한 감동을 자아내며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기에 독특한 감상이었고 마음에 오래 남았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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